"북한인권 긍정적 변화 이끄는 촉매제 되겠다"
[인터뷰] 15일 방한한 비팃 문타본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장윤선(sunnijang)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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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팃 문타본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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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팃 문타본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타이 최고 명문인 국립 출라롱콘대학교 법학부에서 국제법과 인권법, 엔지오 활동 등에 대한 강의를 하는 현직 교수이자 변호사이다.

비팃 문타본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인권교육이나 연구 등과 관련해 시민사회와 정부, 국제사회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비팃 문타본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국가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으로 10여 년째 활동하고 있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는 유엔이 임명한 첫 번째 아동인권 특별보고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방콕포스트> 등 언론 기고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비팃 문타본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1987년 군부독재에 마침표를 찍었던 첫 번째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 국제 선거감시단의 한사람으로 우리 나라를 찾았다. 문타본 보고관은 "대구에서 활동을 벌였는데, 정말 '뜨거운' 선거전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촉매와 변화의 에이전트."

지난 15일 외교부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등이 주최한 유엔 인권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비팃 문타본(Vitit Muntarbhorn·51)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밝힌 포부다.

그는 지난 17일 저녁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개인적으로 북한에 가본 적은 없지만, 1987년 한국 대통령 선거 때 국제 선거감시단의 일원으로 입국해, 대구에서 일한 바 있다"며 "최근 제네바에 있는 유엔사무소를 통해 북한 쪽에 대화를 제의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비팃 문타본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오는 10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상황과 관련해 첫 번째 평가보고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 "12월말까지는 1차 공식 보고서를 작성해 내년 1월초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 인권문제의 최대 현안은 ▲고문이나 불법구금, 강제노역 등 시민·정치적 인권침해 의혹 ▲탈북 난민과 강제송환자 문제 ▲여성 및 아동인권 문제 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팃 문타본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인권보고관의 활동은 독립적으로 수행될 것"이라며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도 않아서, 상당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조사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비팃 문타본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는 언제 임명됐고,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지난 4월 유엔 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특별보고관을 임명하기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지난 7월 내게 제안했다. 나는 8월초 정식으로 임명돼 활동을 시작했는데, 특별보고관은 그저 보고를 하는 데 역할이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인권의 주제에 대해, 건설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돼야 한다.

개인적으로 북한에 가본 적은 없지만, 지난 80년대 남한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1987년 한국 대통령 선거 때 국제 선거감시단의 일원으로 입국해, 대구에서 일했다. 당시 선거 열기가 대단히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북 인권 정확한 보고를 위해서라도 현지에 접근하고싶다"

- 현재 추진중인 활동계획은 무엇인가.

"자료수집은 벌써 시작됐다. 정부차원에서 작성한 자료와 시민단체와 국제기구가 내놓은 각종 정보를 모으고 있다. 언론보도 내용도 열심히 살피고 있다. 북한을 방문해 조사활동을 벌일 것인지 여부를 자주 묻는데, 유엔 결의안에선 '북한이 초청하는 경우'라는 단서를 붙였다. 따라서 북한 정부가 초청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 임명된 뒤 북한 쪽에서 반응은 있었나.

"알다시피,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을 선임하는 결의안에 대해 찬반의견이 있었다. 여러 나라가 반대표를 던졌지만, 그보다 많은 나라가 찬성의견을 내놨다. 단합된 의견은 아니었고, 북한 역시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인권보고관 활동이 북한에게도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활용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자국의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을 포함해 모든 이들에게 이 과정에 참여하기를 권한다. 북한이 초청하지 않더라도 보고서는 작성해야 한다. 물론 초청되기를 희망하지만. 정확한 보고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현지에 접근하고 싶다."

-방한 기간 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사실 북한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유엔의 초청을 받아 인권세미나에 참석해 인권과 법치주의 문제에 대한 토론을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만나자고 하는 이들이 많아서 비공식적으로 일정을 늘렸다. 특히 한국 언론들은 내가 방문하기 전부터 만날 계획을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웃음)

어쨌든 지금까지 진행된 것은 그 정도고, 이제 시작단계다. 다음으로는 스위스 제네바를 이달 말 방문할 예정이다. 현지 주재 남북한 대사관과 관련 국제기구, 시민단체 등을 만날 계획이다. 이어 오는 10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상황과 관련해 첫 번째 평가보고를 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짧기 때문에 공식 서면보고가 아니라 구두보고 형태로 할 예정이다.

또 12월말까지는 1차 공식 보고서를 작성해 내년 3월말부터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물론 최종보고서는 아니다. 현재 정해진 활동기간은 1년인데, 결의안 통과가 올 4월이므로 내년 4월이 1차 활동시한이다. 상황에 따라 연장이 가능한 게 보통이다.

미얀마 등의 경우처럼, 특정국가의 인권상황에 대한 특별보고관이 임명되더라도 현지 방문조사를 벌이지는 못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인권상황을 조사·평가할 지는 상황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도 본다."

-북한 인권관련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단체 활동가들을 만난 것으로 안다. 어떤 느낌을 받았나. 일부에선 북한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는데.

"민주주의 사회에선 다양성이 중요하다. (17일 오후) 만나 본 단체들은 서로 다른 면이 있었지만, 건강한 다양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일부 단체는 직접적인 방식을 원했고, 다른 단체는 간접적인 방식을 선호했다.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단체가 있는가하면, 부드러운 접근을 강조한 단체도 있었다.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최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북한은 4대 주요 국제인권협약 회원국이다. 시민·정치권 협약, 경제·사회·문화권 협약, 여성권 조약과 아동권 조약 등이 그것이다. 북한은 이미 유엔 아동권위원회의 방문조사도 허용한 바 있다.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방문조사를 허용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과거 미얀마의 사례를 볼 때 결국 방문조사를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지 방문조사를 못하더라도, 보고서는 작성될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에서 최대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유엔 결의안 내용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고문이나 불법구금, 강제노역 등 시민·정치적 인권침해 의혹도 있고, 탈북 난민과 강제송환자 문제, 여성 및 아동인권 문제, 또 인도지원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최근 남한으로 온 수백 명의 '탈북자'에 대한 소식도 들었다. 이 모든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뤄 나가야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탈북 난민 문제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유엔은 이미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을 통해 난민문제를 다루고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도 1명뿐인 상황에서 조직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활동 시작 뒤 북한 쪽과 접촉은 있었나.

"최근 제네바에 있는 유엔사무소를 통해 북한 쪽에 대화를 제의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활동을 시작한 지 한달 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 규모 등의 면에서는 작은 출발이지만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인권 특별보고관의 역할은 단지 '보고'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객관적인 실태파악과 함께 '변화의 에이전트'가 돼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꿔내는데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