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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7일 세계빈곤철폐의날을 맞이하는 가난한 이들의 직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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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빈곤철폐 권리선언
모이자! ‘10월 17일’ 세계빈곤철폐의 날
빈곤에 맞선 가난한 이들의 권리 선언

일시: 2006.10.17(화) 오전 11시
장소: 서울역 광장
발언: 빈곤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받는 노숙인, 노점상, 노동자 등
주최: 빈곤사회연대(준)․전국빈민연합․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나부끼는 깃발들이 발걸음을 멈추자 사람들은 그들의 키만큼 높고 두터운 담벼락 앞에서 대오를 이루었다. 단 몇 총의 긴장감이 적막한 하늘을 가르자 몇몇 사람들이 망치와 쇳덩이로 대문의 자물쇠를 부수고 담을 넘기 시작했다. ‘쾅쾅쾅'.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무색해 질만큼 우렁찬 소리는 구역사의 적막한 공기 속에서 맴돌았고 웅성거리는 대오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쾅쾅쾅‘. 그것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이윤 추구로 인해 거리로 내몰려야 하는 사람들의 분노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10월 17일 노숙인, 철거민, 노점상들과 빈민, 인권운동 활동가들은 세계빈곤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빈곤에 대항하는 직접행동의 시작으로 구역사 옆 TMO를 하루 점거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전 10시부터 구역사 광장에 모여 직접행동을 단행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빈곤은 인권의 문제이며 주거와 의료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요로 하는 생산물이 자본주의 상품생산 논리가 아닌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서 제공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점거한 TMO에서는 오랫동안 굳게 담긴 채 버려져 더러워진 공간을 청소하고 꾸미기 시작했고 쉴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라도 찾을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강연을 통해 공공역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노숙인이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비판하고 TMO를 점거한 것은 바로 그러한 공공역사의 공공성을 되찾아 주거권과 의료접근권 등의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것임을 공유했다.

신역사에서는 셰계빈곤철폐의 날을 알리는 다채로운 행사를 열었다. 한미 FTA가 이루어지게 되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횡포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약품들을 소비할 수 없게 된다는 퍼포먼스와 서명운동이 있었다. 그리고 점거한 TMO 안에서는 물과 의료 주거, 교육 등이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인권임을 확인하는 인권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자본주의 상품생산 논리에 대항하는 인권감수성을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밤하늘에서 내린 신선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는 신역사의 광장에서 직접행동을 마무리하는 문화제는 세계빈곤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진행된 하루 점거가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 직접행동이 단지 시작일 뿐이며 빈곤이 철폐되는 그날까지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위해 투쟁하겠다는 결의로 마무리 되었다.



[빈곤철폐 권리선언]

<10월 17일 세계빈곤철폐의 날을 맞이하는 가난한 이들의 권리 선언>

“빈곤은 인간을 인간일 수 없게 하므로 범죄이다. 빈곤은 인간에 대한 가장 잔혹한 거부이다”

우리는 유엔이 정한 10월 17일 ‘세계빈곤철폐의 날’을 맞이해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빈곤의 양적 확대와 질적 심화를 인권의 문제로 제기한다.

우리는 빈곤이 인간의 존엄에 대한 박탈이며 인간다운 생존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인권 침해임을 주목한다. 빈곤은 건강하게 일정한 수준의 삶의 질을 향유하면서, 창의적인 생활을 만들고, 인간의 자유, 존엄, 자부심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중 속에 살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송두리째 빼앗는다. 한국 사회 전체 인구의 15%인 700만 명이 빈곤층이라는 것은, 7명 중 1명이 가난하다는 것으로 이제 빈곤한 사람의 고통은 더 이상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숙인, 노점상, 기초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전통적인 빈곤층에 더해 농민, 빈곤장애인, 빈곤여성, 빈곤노인, 일하는 빈곤층 등 비가시화 된 가난한 사람의 삶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빈곤에 관한 정부정책은 인권에 기초해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민총생산(GDP)이 세계11위 규모를 차지하지만 생계형 자살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돈이 없어 전기와 수돗물을 사용할 수 없는 사연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뼈 빠지게 일해도 빈곤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절망이 지금 우리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정부는 올 초부터 양극화 해소를 주요 국정지표로 선전하며, 마치 지금 대다수 서민들이 겪는 빈곤의 양적 확대와 질적 심화를 가리켜 ‘양극화 담론’으로 해결하려 한다. 일부 극소수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다수가 빈곤한 사람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양극화 담론은 적절하지 않으며 원인과 현상을 흐리게 하는 것으로 작용한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등장한 노동시장의 유연화, 공공부문의 민영화 등에 따른 저임금 불안정 노동과 실업, 공적 사회서비스(주거, 의료, 교육, 에너지, 교통 등)의 높은 비용 부담 등이 바로 오늘의 빈곤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1998년 경험한 IMF의 10배 이상의 사회적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사회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졸속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가 경험하는 빈곤의 양상은 개인이나 소규모 지역공동체가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기에 구조의 문제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지난 시기 정부의 대책이 빈곤층을 확대, 재생산, 심화시켜 ‘관리․통제’ 한 것에 핵심이 있었다면, 이제 이를 넘어 민중의 힘으로 새로운 틀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빈곤'에 대응하는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다시 만들자. '체제위협세력'에 대한 관리가 아닌, ‘노동을 통한 빈곤탈출’이 아닌, '인권에 기초한 접근'을 시작하자. 식량, 주거, 의료, 교육 등 기초적인 공공영역에 대해서는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할 필수서비스로 만들고, 이것의 보편적 실현은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구현하자. 사회공동체의 일원인 개인에게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보편적으로 확대하는 길만이 한국사회가 직면한 빈곤 해결의 열쇠이다. 이는 우리의 요구를 우리가 직접행동을 통해 천명하는 과정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인간다운 생활의 권리를 위한 직접행동을 통해 점유와 사용의 권리를 주장한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단지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이다. 빈곤에 저항하는 우리의 직접행동을 통해 우리는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극단적 빈곤상태에 놓여있는 노숙인과 노점상이 직면하고 있는 생존의 위협에 주목한다. 빈곤은 사회적 배제와 물질적 박탈을 가져온다. 특히 그 사회에서 가장 권리가 쉽게 침해되는 사람의 사회적인 배제는 심각하다. 얼마 전 영등포역에서 숨진 노숙인의 사례를 보더라도 공공 역사에서 생존의 둥지를 틀고 있는 노숙인, 노점상 등 빈곤한 사람은 쫓겨나거나 다치거나 죽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가난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직접행동을 통해 서울역이라는 공공역사가 갖고 있는 공공성을 되찾고 여기를 삶의 근거지로 삼고 있는 이들의 점유와 사용의 권리를 제기한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삼천여 명에 가까운 노숙인들이 시설과 거리를 오가고 있으며, 백만여 명 노점상들이 개발과 민영화의 명분 속에서 더욱 주변화 되고 있다. 노숙인, 노점상에게 공공역사는 위급한 상황에서 긴급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자 가난하지만 하루 벌이로 근근이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바뀌어야 한다.

빈곤에 저항하는 직접행동은 인권을 삶 속에서 호흡으로 느끼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의 정의를 실현시키는 인권옹호임을 천명한다. 빈곤을 심화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정책으로 가진 자만을 위한 질서를 옹호하는 노무현 정부에 맞서 지금 우리는 여기서 노숙인, 노점상 그리고 700만 빈민의 생존의 권리를 천명한다.

2006년 10월 17일
‘빈곤철폐 권리선언’ 참가자들


2006년10월17일 16:4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