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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전망대에서 보내는 인권활동가 5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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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 기자회견 때부터 서늘한 바람이 부는 폭풍전야 지금까지,
평화전망대를 지키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이 심경을 담은 짧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변연식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

몹시 두렵다...
그러나 햇볕 좋은 마당에 빨래를 널고 참깨를 너는
어머니, 아버님의 일상을 끝까지 지켜드리고 싶다.

정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여기는 대추리 황새울이 한 눈에 보이는 평화전망대입니다.
노을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이곳에서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전쟁 같은 일을 치루고 있습니다.
또다시 대규모 병력이 황새울 들판을 새까맣게 메우고 아무런 무기도,
든든한 동지들도 없는 우리들은 전쟁포로처럼 끌려갈 것입니다.
이렇게 수십 번이라도 잡혀가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면,
이런 저항으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인권이 보장된다면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그 길을 마다않고 가야할 것입니다.
전쟁의 참상은 미사일이 터지는 전쟁터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평화를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전쟁음모가 우리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습니다.
그걸 막기 위해 저는 지금 평화전망대에 제 몸을 묶습니다.

배여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지난 3월, 포크레인 밑에서 울부짖던 한 할머니를 잊을 수 없습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나에게 어떻게 평화전망대에 올라서게 됐냐고 묻는다면,
그 할머니의 눈물을 잊을 수 없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답할 것입니다.
철거가 들어오기까지 불과 몇 시간 전입니다. 많이 긴장이 되고 떨립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다치지는 않을 런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2주 사이에 훌쩍 커버린 배추의 모종들을 보면서,
그리고 논에 약을 치고, 밭에 물을 주고 있는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을 보면서,
그 평화로운 일상들을 꼭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외치는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모기소리처럼 왱왱 거리는 저 헬리콥터가
더 이상 이 위를 날지 않는 그 날을 위해서 잘 버티겠습니다^-^

김명수 (인권운동사랑방 돋움활동가)

나는 오늘 대추리의 집 지붕에 올라갈 것이다.
거기서 경찰을 앞세우고 집을 부수는 중장비에 맞설 것이다.
나는 평화와 인권을 옹호한다.
집은 평화롭고 인권적인 삶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이런 나의 신념 하에서 집을 부수는 공권력에 맞설 수밖에 없다.
공권력은 아마 나를 법의 이름으로 연행할 것이다.
인권과 정의에 어긋나는 법이 있다면 그 법을 지킬 수는 없다.
그 법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의 행동으로 인권과 평화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기를...

박 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요즘처럼 평화라는 말을 많이 해본 적이 없네요.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평화롭지 않은 적도 없어요.
대추리·도두리 할머니들 눈물을 보면서,
평택미군기지 확장이 가져올 재앙을 알면서 일상이 평화로울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 저는 어느 가족이 따뜻한 저녁을 해 먹으며 도란 거렸을 집의 지붕위로 올라갑니다.
그 곳에서 마을을 부수러 오는 국가폭력을 만나게 되겠죠.
그들에게 이곳을 지키는 것이 평화임을 알리겠습니다.
2006년09월13일 2:57:14